어느 날 문득 반려견의 얼굴을 보다가 입 주변에 희끗희끗하게 난 흰털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분명 어제까지는 마냥 아기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어 덜컥 가슴이 내려앉기도 합니다.
동물의 수명은 왜 이렇게 제각각인 걸까요.
특히 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개들은 우리보다 먼저 떠나야만 할까요.
생물학적으로 동물의 수명은 기초 대사율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작고 심장 박동수가 빠른 동물일수록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하며 수명이 짧은 경향이 있습니다.
개는 사람보다 심장이 훨씬 빠르게 뜁니다.
사람이 분당 60회에서 100회 정도 뛸 때 개들은 평균 70회에서 120회 넘게 뛰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포의 시계도 인간보다 몇 배는 빠르게 돌아가는 셈입니다.
여기에 유전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합니다.
인류가 오랜 시간 목적에 따라 품종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특정 질환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들이 함께 이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나 책을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과학적인 이유는 대개 이렇습니다.
대사 속도가 빠르고 심장이 빨리 뛰기 때문이라는 상식적인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매일 마주하는 반려견의 나이 듦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합니다.
직접 반려견을 키우며 그들의 시간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입니다.
처음 데려왔을 때의 꼬물거리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나보다 어른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산책길에 나서는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지고 예전만큼 높이 뛰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흐르는 시간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도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어쩌면 개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하는 법을 이미 완벽하게 알고 오기 때문에 세상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평생에 걸쳐 배워야 할 조건 없는 사랑을 그들은 처음부터 아낌없이 전부 쏟아붓고 가니까요.
매일 출근길에 미안해하고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반겨주는 아이를 보며 미안함부터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더 잘해주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조급해하거나 미리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려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당신의 온기입니다.
오늘 밤에는 가만히 곁에 앉아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눈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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